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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리고 시장편린 2019. 10. 12. 06:05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증가한다. 반대로, 가격이 오르면 공급은 증가하고 가격이 내리면 공급은 감소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구입하고자 하는 한 재화의 가격이 오른 상황을 가정해보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재화를 선택함으로써 부담해야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따라서 가격 증가는 수요 감소 유인이 된다. 반대로 가격이 감소하면 그 재화를 선택함으로써 부담할 기회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수요 증가 유인이 된다. 그렇다면 공급자의 입장은 어떨까? 판매하고자 하는 한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채산성이 증가하여 그 재화에 대한 공급을 늘리려 할 것이고 반대로 내리면 채산성이 감소하여 그 재화에 대한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이다. 물론, 다른 재화를 생산하고 있으니 다른 재화와 채산성을 비교하여 공급량을 조절하겠지만.
그런데 이 논리를 시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장은 가격과 재화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특히 금융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균형가격과 재화(서비스를 포함) 외에도 '통화량' 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존재한다. 통화량은 유연하여 고정되어있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론에 통화량이 끼어든다면 어떤일이 발생할까? 수요자는 가격이 증가했지만 가격 증가가 통화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면 시중 화폐의 증가로 인해 이론적으로 수요자의 소득도 증가한다. 소득의 증가는 정상재 수요에 있어서 수요 증가의 유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가격이 증가해도 수요가 감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공급 또한 그러하다. 가격이 오르면 가격이 오른 재화의 공급을 늘리려 하겠지만 통화량 증가로 인해서 전체적인 가격이 오른다면 판매 제품의 원재료 가격이 올라서 실질적인 채산성은 유지되어 공급을 늘릴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통화량을 줄인다면? 가격은 감소하지만 소득 역시 감소하며, 원재료 가격 역시 감소한다. 즉, 통화량이란 수요와 공급 곡선의 내부적 이동과 곡선 자체의 이동을 유발하는 이중적인 요인이다.
우리는 흔히 교과서적인 말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증가한다" 라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수요의 증가와 가격의 증가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보자. 내가 500원에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수요량이 증가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요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생산량을 늘릴것이며 더 많은 추가된 생산량 만큼 더 많은 공헌이익을 누릴 것이다. 이로써 서로에게 충분히 좋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굳이 공급자가 가격을 올려서 수요를 억제시키려 할까? 공급자가 가격을 올리면 대체재로 이동할 우려도 있을텐데 말이다. 뭔가 납득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의 교과서적인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과 수요가 일어나면 가격이 증가한다"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가격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공급 곡선에서 수요과 공급 각각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서 작용하여 가격에 따른 결과를 나타내고 초과수요 초과공급 상황을 설명하는 변수이다. 초과 수요가 일어나면 공급자는 최대가능생산량 이상으로 생산할 수 없으며 그 상황을 유지하게 되면 대체재로 소비자를 잃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가격을 안전하게(초과 수요 상황이므로) 올리면서 동시에 최대가능생산량 증대에 따라 공급량을 늘려서(상승한 가격 만큼의 추가 이익으로 생산 설비와 기술에 투자) 균형을 맞춘다.
수요-공급 이론에서는 시장의 거래량의 균형을 가장 핵심으로 보는 듯 하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재고가 남거나 수요자의 입장에서 물량이 부족한 현상을 균형으로 맞춰가면서 결정되는 것을 적정한 가격으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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